햇살이 따스하던 어느 날,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걷던 그 골목길이 여전히 마음 깊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나에게 있어서 단순한 가족 이상이었다. 따뜻한 손길로 나를 보살펴 주시던 분, 언제나 포근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시던 분, 그리고 내가 힘들거나 슬플 때마다 묵묵히 곁을 지켜 주시던 분이었다. 할머니의 존재는 내 유년 시절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가장 큰 이유였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그 시절, 집 앞 작은 마당에는 꽃들이 가득했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났고, 할머니는 그 꽃들을 보며 늘 행복해하셨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그 마당을 산책하며 꽃 이름을 배웠다. 할머니는 꽃이 피는 과정을 설명해 주셨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곤 했다. 그때 할머니가 내게 해 주셨던 이야기는 단순한 지식 이상이었다. 할머니의 목소리 속에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와 함께 걷던 골목길이다.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할머니는 늘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보이셨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을 살피시며 웃으시고, 지나가는 이웃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셨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참 좋았다. 그 길을 함께 걸으며 할머니는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르쳐 주셨다.
할머니는 요리를 참 잘하셨다. 특히 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가 준비하시는 음식들은 우리 집의 큰 즐거움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 정성스럽게 빚어낸 만두, 그리고 달콤한 약과까지 할머니의 손길이 닿은 음식은 언제나 맛있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 속에는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할머니와의 추억 중에는 장터에 가던 날들도 있다. 할머니와 함께 시장을 돌아다니며 장을 보던 시간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 주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할머니는 늘 내 손을 꼭 잡아 주셨고, 그 손길에서 나는 늘 안도감을 느꼈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고르며 상인들과도 유쾌한 대화를 나누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람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할머니와의 시간은 언제나 느긋하고 따뜻했다. 어쩌면 그 시절의 나는 할머니가 항상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와의 이별이 다가왔고, 나는 그제야 할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떠나시던 날,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그 슬픔 속에서도 할머니가 내게 남겨 주신 사랑과 추억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지금도 가끔 할머니를 떠올리며 웃음 짓곤 한다. 할머니와 함께 했던 작은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고, 그 순간들이 내 삶의 일부로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할머니의 사랑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어린 시절의 할머니는 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할머니의 미소, 할머니의 손길, 그리고 할머니와의 모든 추억들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앞으로도 나는 할머니의 사랑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